본문 바로가기

홍주:: 글

사람과 사람 사이 :: 관계

그래비티를 봤다. 


우주가 자궁이 되었다가 무덤이 되었다가, 지구가 엄마가 되었다가, 스톤이 엄마가 되었다가 지구의 딸이 되었다가, 딸이 하늘이 되었다가...


긴 잠수를 마친 기분이었다. 귀가 먹먹하고 멀미가 났다. 


(어릴적 어머니 무릎에 누워서 귀지를 파던 기억이 생각난다. 커서 어머니와 가장 가까이 밀착하는 일은 귀지를 파는것 뿐이었다. 한쪽귀는 어머니의 뱃소리가 들렸고, 한쪽귀는 귀이개가 서걱이며 내 작은 우주를 헤집었다. 물론 그것도 고등학교엘 들어가서는 뜸해졌고, 대학 이후로는 사라진 행사같은것이 되었다. )





그녀가 우주로 간것은...'두발로 단단히 서서 살아가야하는 현실에서 자궁으로의 도피와  같아.' 라고 생각했다. 

내가 물 속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고, 낯선 여행의 장소를 좋아하는 것은, 그 먹먹함과 외로움 때문이었다. 답답하고, 지루하고, 귀가 먹먹해 질정도로 고요해서 모든 감각이 "나"에게 집중되는 상태. 한없이 외롭지만 그렇기에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그 느낌이 좋았다.  오늘 생각해보니. 자궁은 시작이자 죽음이었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되었던 감각은 나의 존재를 훑고, 부정에 나아간다.  자궁으로의 회귀성향은 아마 그 부정에 귀인하지않을까? 무언가의 이전 상태에 대한 동경.  그것은 시작의 부정이자 존재의 부정인듯 하다. 







'홍주::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12.01  (0) 2013.12.02
줄탁동시  (0) 2013.10.21
아름다운 마음과 눈빛과 자세  (0) 2013.09.30
2013.8.23  (0) 2013.09.26
2013.7.29  (0) 2013.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