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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 글

운명의 카레

카레만큼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 있을까? 어린 나는 생각했다. 샛노란 국물 가득히 감자도, 사과도, 당근도, 호박도 네모지게 썰려서는 동동거리고 있는걸 보면 먹지 않아도 달콤하고, 배가 불렀던것 같다. 심지어 그 카레가 밥위에 한국자 가득히 부어지는걸 바라만 봐도 행복했다. 익은 당근은 여전히 싫어하는 나이지만... 그 갖가지 재료들이 흰 밥 위에 누런 카레 국물과 같이 담북하게 담기는 걸 보면 절로 웃음이 났다. 그리고 그 기분은 서른이 넘은 지금도 매 한가지 이다. 
늘 가게 일로 바빴던 어머니 였기에 언니와 나는 종종 삼분카레를 가게에서 가지고 들어와 뜨거운 물에 끓여 부어 먹었지만 어머니가 직접 해주시는 카레는 당연히 손이 많이 가 자주 먹기 힘든 음식이 되어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배낭여행을 간 나라도 인도였다. 카레 종주국 아닌가!! 물론 인도로 배낭여행을 가게 된 것은 자연염색을 주제로한 여행 공모전에 수상하였기 때문이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카레를 먹으러 인도에 가야겠다는 무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은 아닐까?
시작은 염색때문이었다고 하지만 이후 두번의 인도여행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인도의 음식이 그리워 인도에 여행을 갔다. 인도에가면 카레가 없다고들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의 카레와는 다른 "인도 커리"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한국의 카레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재료와 조리 방법 다향한 맛을 갖는 인도 커리는 그야말로 한국의 카레에서 시작해 끝판왕을 본 느낌이었기에 나는 헤어나올 수 없었다. 특히나 라자스탄 지방에서 먹었던, 에그커리에 짜파티를 찢어 넣은다음 몇 분 후 먹었던 그 맛은 잊을 수 가 없다. 인도는 그 땅덩이 크기 만큼이나 지역색이 다른데 그러기에 지방 음식도 지역차가 매우 컸다. 첫번째 인도 여행과 두번째 인도여행은 주로 북인도를 중심으로 돌았기에 음식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도음식과 다름없는 카레, 라씨 였는데 세번째 인도에서 남인도에 꽤나 오랜기간 머물게 되었고, 도사와 이들리의 맛에도 푹 빠지게 되었다. 
인도의 다양한 먹거리의 매력에 푹 빠진나는 세번이나 인도 여행을 다녀왔고, 소화가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음 끼니에 무얼 먹을까 라는 고민을 하는것은 행복하고도 힘든 일이었다. 
본론으로 돌아와 인도 커리. 그것은 내게 어머니가 해주시던 카레처럼 나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것은 카레가루만 있다면 냉장고에 남아도는 식재료로 그 어떤 방식으로도 그 어떤 다른 맛을 내는 쉬운 음식이 되었다. 
특히 나는 인도식 카레를 만들어 먹을때 주로 토마토를 넣는데 인도가 아닌 일본에서 넘어온 카레가 정착된 우리나라 카레는 주로 사과가 들어가 단맛을 낸다. 그리고 한국 카레던 인도 커리던 기름이 많이 들어가지만 내가 만들어 먹는 카레는 기름이 한방울도 안들어갈때가 많다. 그만큼 활용이 무궁무진하다. 
인도의 전통 탈리에는 우리나라 밑반찬처럼 다양한 종류의 커리가 나오는데 마치 물김치, 총각김치, 배추김치처럼 다양한 커리가루와 맛살라들과 양배추, 감자, 컬리플라워, 토마토, 콩 등의 다양한 주 재료들의 조합으로 세가지 정도가 기본 찬이 된다. 내가 특히나 좋아했던것은 알루고비(우리나라 감자볶음과 흡사한 커리)와 시금치 커리였는데 시금치 커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노란 강황이 들어간 커리가 아니라 그저 시금치를 갈아 걸죽하게 우유와 치즈등을 넣어 만든 것이다. 맛도 전혀 일반적은 카레와 거리가 멀다. 
내가 카레를 만들때 주로 넣는 재료는 감자와 양배추, 토마토인데 감자의 고소함과 양배추의 꼬독함, 토마토의 새콤달콤함이 매우 조화롭다. 한 인도인에게 가정식 커리를 배울 때 그는 감자를 깍뚝썰어 기름에 마늘과 한참을 볶았지만 나는 기름기가 적은 카레를 좋아하기에 감자를 삶고 절반은 으깨에 걸죽함을 만들고, 거기에 양배추와 토마토를 넣고 카레가루, 칠리파우더, 코리안더 등의 맛살라(향신료)를 추가한다. 거기에 치즈나 우유를 부우면 맛은 한층 부드러워 진다.


'인도는 물음을 가진자를 불러들인다.' 라던 오랜 여행자의 말처럼 어쩌면 나는 카레에 대한 욕망과 인도 커리에 대한 궁금함으로 인해 인도로 이끌려 온것은 아닐까.... 잉여의 자유로움과 월급의 부재에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이월의 목요일 저녁. 서점에서 "카레 온 더 보더" 라는 단편 소설집을 뒤적거리다 생각했다. 대학원을 다니는 친구와 대낮 전시 나드리를 오랜만에 하고, 폐지 줍기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서점에와 카레에 대한 망상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카레를 만들어 먹어야지 햇던 의지는 너무 쉽게 허리 통증에 사그라 들었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카레를 좋아한다는 것이고, 내가 근 오년간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이 매우 보고싶어 졌다는 것.


앞으로 두달여 남은 유럽여행에서는 인도커리같은 운명적인 맛을 만날 수 있을까? 여행의 목적이 될만큼 나의 삶에서 먹는다는 행위는 중요한것 같다. 그리고 더불어 이 번 여행의 끝즘엔 좀 볼만한 그림이 스케치북에 그려져있길....바라본다.



201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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