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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 글

2014.3.30

대전. 

전날 밤 김애란의 [큐티클]을 읽어서일까. .  . 대전으로 향하는 결혼식 37인승 버스안에서 기분이 묘하다. 오랜만에 선배와 동기를 만났고, 친한 친구들도 사는것에 치여 오랜만에 보던 차였다.

어렸을적 친지의 결혼식에 가기 위해 관광버스를 타본일은 있었으나 나의 지인의 결혼식에 가기위해 이렇게 대절한 관광버스안에 올라타 있으니 새삼 내 나이를 실감한다. 31살 어찌 지나갔는지도 모르겟던 나의 30살을 뒤로하고 나는 31살의 봄을 맞고있다. 눈이 많이 오지않아....혹은 그리 춥지않았던 그럼에도 나는 춥게 느껴졌던 겨울 날씨덕에? 올 봄도 꽃들은 제 시기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다 엉겁결에 다 피어버렸다.

사실.... 그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식 자체가 중요한것은 아니었다. 친구의 결혼에 대해 축하하는 마음이야 진즉에 전했고, 나에게 이날 대전까지 향하는 마음은 나들이에 가까웟다. 대전이라는 지역을 처음 가기도 했을 뿐더러 봄 아난가!! 친구들도 오랜만에 볼겸 한껏 들떠있는 나를 보며, 몇주만에 얼굴을 보는 남자친구는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2시간여를 달려 대전에 도착했고, 친구와 사진을 찍고 축의금을 내고 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순서에 맞춰 별 감흥없이 해야할 일을 했다. 식이 끝나고 밥을 먹고 다시 버스에 오른다. 식장 앞 너를 잔디 밭에는 따뜻한 일요일 봄 햇살을 맞기 위한 사람이 반 그들의  반려견이 반 들어차 있었다.  그것이 왜이리도 부럽던지...

2대의 차량에 나누어 신랑측 친구와 신부측 신구들이 다시 올라탔고, 대전으로 올때는 앞차에 탔던 동기 둘이 내가 타고있는 뒷차에 올라탔다. 그녀들은 사냥감을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홀로 앉아있는 남자의 곁에 가 앉았고, 그 모습을 친한 친구들과 키득이며 바라봤다. 오랜만에 본 이 친구는 이번에 디자인 회사를 차렸다며 명함을 돌렸다.

[ㅇㅇ 디자인 대표ㅇㅇㅇ] 

1학년때 친했다 점점 멀어졌던 친구였는데 뽀얗고 통통했던 그이의 얼굴에도 31살이라는 시간이 올라가 앉아있었다.  그녀는 부쩍 외로운지 열심히 누군가를 찾고싶어했다. 몇번의 소개팅 일화와 대전으로 내려오던 버스안에서 그녀가 남자를 만나기 위해 벌인 에피소드를 식사 후 들었던 터라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안에서 그녀가 홀로 앉아있는 남자의 옆에 가 앉는 모습은 더더욱 우리의 나이를 실감케 했다.

꽃이 만개했다.
예정보다 10일 정도 일찍 핀 벚꽃 떄문에 벚꽃 축제들은 정작 벚꽃이 질즘 시작할지도 모르겠다고 뉴스에서 연신 떠들어댄다.

서울로 오는 버스안에서도 창밖으로 보이는 벚꽃이 개나리가, 목련이 새살돗들 피어난 연두연두들이 에어컨 바람에 오돌거리면서도 어찌나 이쁘던지 이래서 계절의 여황은 봄이라고 하는가 보다.

서울에는 대전에 내려갈때 걸린 시간과 동일한게 2시간이 걸렸다. 이르지도 밀리지도 않았던 딱 제시간에 걸려 우리를 실은 버스는 알맞게 도착했다. 아직 해가 쨍쩅한 오후 4시 우리는 담소라도 나누고자 커피집을 찾았지만 일요일 오후 사당역 근처의 커피집은 이미 일찍이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할수없이 우리는 낮술을 마시러 맥주집에 가 앉았다. 치킨을 반마리 시켜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두어시간 했다.
벌써 이들을 안지도 10년이 훌쩍이다.
10년 사이
10년 사이
10년 사이

낮술로 벌개진 얼굴을 하고 월요일을 맞이하러 우리는 헤어졌다. 아직 지지않은 봄 햇빛을 뒤로하고 월요일을 맞이하러 또각또각 무리해서 신은 하이힐 소리를 내며 컴컴한 지하철 5번 출구로 빨려 들어간다. 입에 서걱이는 모래먼지가 씹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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