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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 글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

얼마전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고 받는것에 대해 잠시 생각했었다. 물론 이 생각의 끝은 그리 좋지 않았다.

당신에게 전 여자친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물어본것이 실수였다. 전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는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기어코 당신이 그 사람에게 어떤영향을 받았는지 알아내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마지못해 나의 질문 몇개에 대답을 했다. 

그녀의 취미는 여행이었다. 당신은 집돌이 스타일이지만 그녀의 영향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말했다. 이 시점에서 굉장히 뜬금없게도 나는 "해외 여행도 갔어?" 라고 되물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그 질문이 그 시점에서 왜 나왔는지 알수가 없다. 신랑은 나의 모든 질문에 굉히 덤덤하게 읽고있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응 몇번 갔지" 

"어디어디?" 

정해진 질문이 이어졌다. 

"홍콩이랑 대만?" 

"여행경비는?"

"둘다 벌어둔 돈으로 갔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께 손벌려 여친이랑 해외여행가는 사람은 아니었군...

"나는 해외여행 간적은 없는데..."

하고싶은 말이 뭐였을까 나는!!


당신의 여자친구는 성균관대 국어학과를 나왔다고 했다. 나는 어쩐지 또 주눅이 들었다. 좋은 직장에 다녔다는 것도 들었고 그녀가 똑똑했다라는 말도 들었다. 당신이 이야기 하고싶어서 한 것도 아니고, 나의 질문에 어쩔수 없이 대답한 것이었지만 당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당신과 그녀의 이야기들은 점점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다음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서 당신에게 고백을했다. 어제 당신에게 전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우울해다고, 다시는 그런것에 대해 물어보지 말아야겠다고... 그런내게 당신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 우울이 좀 가시거든 다시 물어봐"

뭐지... 뭘 물어보라는 거지!!?

 

당신에게 궁금했던 질문들은 다시 나를 향해 돌아왔다. 나는 이전 연애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지? 나의 첫번째 연애는 참이나 서투른 불장난 같았다. 모든것이 처음이었고, 새로웠고 그래서 너무 좋거나 혹은 너무 나빴다. 그 다음은 '김종욱 찾기'라는 영화처럼(물론 나는 이 영화를 인도를 한번 더 다녀온 뒤에야 봤다) 인도 배낭여행중에 만난 사람 이었는데, 이건 사실 썸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관계였다. 가끔 새벽의 센치함을 공유하는 정도라고 해둬야겠다. 다음은 나의 두번째 연애인데, 친언니의 대학교 선배였다. 당시 언니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교대입시 준비 중이었고,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방황중이었고, 그 사람은 공무원 지망생이었다. 내가 재취업을 하고 그사람이 고백해서 사귀게 되었는데 결국 그사람이 몇년 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헤어졌다. 이 연애에 대해서는 딱히 좋다 싫다 말하고 싶지 않다.  아팠다라는게 적당한 표현인것 같다. 그리고 당신을 만났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그 연애들에서 나는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을까?


첫번째 연애에서 내가 상대방에게 영향을 준 것은 바로 사진이었다. 고등학교 때  사진부였고, 미대를 다니다 보니 사진은 뗄래야 뗄수 없는 것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연애를 하면서도 출사를 종종 다닌것 같다. 특히 당시 내가 제일 즐거워 했던 것은 새벽 출사였는데, 조용한 골목길을 걸어다니다 플래시를 터뜨려 사진찍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그 사람은 이상주의자였던 덕분에? 조금 더 현실주의자가 된 것 같다. 어린나이에 참 씁씁한 영향을 받은 건 아닐까 생각했다. 


새벽의 센치함을 나누던 친구와는 우울한 기분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했던것 같다. 


두번째 연애에서는 '사회에 대한 관심'에 영향을 받았는데, 데이트 자체를 집회에서 했다고 하면 설명이 쉬울까? 그래서 그림작업의 성격이 개인적인 것에서 조금더 밖을 향하는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두번째 사람과 헤어지고 나는 '사회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훨씬 줄었다. 이 또한 긍정적인 영향은 아닌듯 한다. 긍정적인 영향이라면 등산의 재미를 조금 알게 된 것일까?


세번째 당신을 만난 나는 당신과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을까?


지금 문득 고백하건데 나는 당신을 닮고싶었다. 당신이 세상을 대하는 선함이. 늘 세상을 혹은 나 자신을 어둡게만 보던 내게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당신이 참 이뻤다. 나는 반짝이는 것에 흥미가 있는데(누구든 그러겠지만) 당신은 참 따뜻한 빛을 갖고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있을지 나는 잘 모르겠다. 혹여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을까 두려워 묻지 못하겠다.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는 한 십년쯤이 지나 물어볼까한다. 

그때도 지금처럼 곁에서 따스한 온기를 나누고 있기를 기대하며... 



짧기만 한 주말, 

날 좋은 가을날이니 등산을 가기로한 우리는 멋들어지게 등산복을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 원래 계획했던 청계산은 근처에도 못가고, 용산에가서 키보드 타건이나 하고, 기계식 키보드 하나를 사고, 시아버지와 친정아버지 가디건과 당신의 옷 몇벌을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쇼핑이 제일 좋아 라고 말하는 나는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받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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